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영화 <아이 캔 스피크> 영어는 수단일 뿐, 진짜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었다 (반전, 의미)

by Arinism 2025. 4. 27.
반응형

영화 아이캔스피크 포스터
아이캔스피크

<아이 캔 스피크>는 단순한 감동 영화가 아닙니다.
끊임없이 민원을 넣는 ‘잔소리 많은 할머니’로 보였던 인물이
영어를 배우는 과정을 통해 세상에 단 한 번, 가장 용기 있는 목소리를 내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는 영어가 아닌 ‘말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해,
역사적 상처를 이겨낸 한 인간의 존엄에 대해 조용하지만 깊게 전합니다.

줄거리 요약 – 작은 말에서 시작된 커다란 용기

옥분 할머니는 구청의 ‘민원왕’입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구청을 들락거리며 작은 불편사항도 그냥 넘기지 않고,
공무원들에게 끊임없이 시정 요구를 합니다.

그런 그녀에게 새로 부임한 공무원 민재는 처음에는 짜증을 내고 피하지만,
점차 그녀의 의외의 모습과 진심에 마음을 열게 됩니다.

그러던 중, 옥분은 민재에게 영어 과외를 요청합니다.
나이도 많고 외국에 갈 일도 없을 것 같은 할머니가 굳이 영어를 배우려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미국 의회에서 위안부 피해자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영어로 증언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영화는 그저 "늦은 나이에도 꿈을 이루자"는 수준의 이야기로 그치지 않습니다.
옥분은 “통역 없이, 누군가를 거치지 않고, 내 입으로 내 고통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 순간, 관객은 깨닫습니다.
그녀가 배우려 했던 건 ‘영어’가 아니라,
그저 말할 ‘자격’이었고,
그 자격을 스스로 만들어 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등장인물 분석 – 우리가 몰랐던 그들의 이야기

나옥분 (나문희)

평범한 할머니 같지만, 그 속엔 견고한 역사와 고통이 숨어 있습니다.
잔소리 많은 민원인처럼 보였던 그녀는, 사실 세상과의 단절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투사였습니다.
그녀는 영어를 배우며 단지 언어가 아닌, 자신의 인생을 설명할 수 있는 ‘존엄’을 배워갑니다.

나문희는 이 역할로 2017년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그 해 한국 영화계 최고의 배우로 평가받았습니다.

박민재 (이제훈)

원칙주의자, 규정에 철저한 공무원이었지만 옥분을 만나며 '사람'을 대하는 법을 배워갑니다.
그는 처음엔 '불편한 존재'였던 옥분에게서 진짜 용기와 책임감을 배우며,
진정한 공직자의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영화

이 영화는 특정 인물을 다룬 것은 아니지만,
1991년 故 김학순 할머니의 첫 위안부 피해 증언을 시작으로
수많은 위안부 생존자들의 증언 활동과
2007년 미국 의회의 ‘위안부 결의안 채택’을 배경으로 합니다.

옥분은 실존 인물은 아니지만,
수많은 할머니들의 ‘마음과 목소리’를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반전과 메시지 – 말하는 것이 곧 사는 것이다

이 영화의 반전은 드라마틱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장 강력한 ‘울림’은 옥분이 영어로 직접 의회에서 증언하는 장면에서 터집니다.

“My name is Ok-Boon Na. I was taken by Japanese soldiers when I was 15.”

그 문장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닌, 그녀의 존재를 세상에 ‘증명’하는 한 문장이 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장면에서 단 한 번도 제대로 ‘말할 기회’를 얻지 못했던
모든 침묵의 역사와 마주하게 됩니다.

영어는 수단이었을 뿐, 진짜 그녀가 원한 건
“누구의 통역도 아닌, 내 입으로 내 고통을 말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영화가 전하는 ‘말의 힘’, ‘존재의 힘’입니다.

총평 – 지금 말해야 할 것, 잊지 말아야 할 것

<아이 캔 스피크>는 유쾌하게 시작해 뭉클하게 끝나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그 끝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이 영화는

  • '약자'가 목소리를 낼 권리
  • '과거'가 잊혀지면 안 되는 이유
  • '말'이 주는 해방감과 치유

에 대해 말합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묻습니다.
지금, 우리는 진짜 들어야 할 이야기를 듣고 있는가?
지금, 우리는 누군가에게 말할 기회를 주고 있는가?

반응형